출혈경쟁에 수익 날로 악화… 10월 기준 300여곳 문닫아

사상 초유의 저유가로 주유소들이 가격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휘발유 1ℓ를 팔아도 겨우 30원을 손에 쥐는 주유소들이 허다하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들의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411.7원이다. 이중 세금 874.7원과 정유사에 지불하는 437.4원을 제외하고 나면 99.7원이 남는다. 전주보다 휘발유 값이 10원 더 떨어지면서 마진도 6.6원 줄었다.

이중 인건비와 임대료, 유통비용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수중에 남는 돈은 ℓ당 20~30원 안팎이다. 주유소협회가 산출한 적정 마진인 ℓ당 100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벌기 어렵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이 모 사장은 “인근 주유소들이 연일 최저가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ℓ당 10원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이사는 “주유소 업종 특성상 매출액에 비해 순이익이 매우 적은데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매출액 10억 원 이상 사업자를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대상에서 제외해 주유소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주유소 숫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1만2215개로 국내 적정 주유소 7000∼8000개를 훨씬 뛰어넘은 포화상태에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마진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이다. 저유가로 가격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전년 같은 기간 1만2508개의 주유소 중 300여 곳이 폐업했다. 기름만 팔아서는 이윤이 남지 않자 주유소 옆에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 등을 설치한 ‘복합주유소’가 새로운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5년 12월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복합주유소 1호점을 연 데 이어 올해 현대셀프 울산점, 호남제일주유소 등을 잇따라 열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인천 연수구 송도에 세차와 차량정비 등을 강화한 복합주유소를 열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