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난류성 어종인데…
남해안 갈치풍년 오징어흉년, 이유는?
여름철 대표 바다 식재료이자 난류성 어종으로 손꼽히는 갈치와 오징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때 금(金)치로 불리던 갈치는 지구 온난화 영향에 20년만에 풍년을 만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오징어는 개체수 증가에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남획으로 흉년을 만난 것.
갈치는 올해 제주도와 남해 인근 수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높게 형성돼 멸치 등 갈치의 주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대규모 어장이 형성됐다. 제주지역 4개 수협의 지난달 갈치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1월부터 지난달까지 올해 상반기 잡힌 갈치 어획량도 5906톤(t)으로 지난해 상반기 3288톤 대비 약 80% 정도 급증했다. 20년만에 대풍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공급 증가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함께 떨어질 전망이다. 이마트는 오는 13일부터 생제주은갈치 대(大) 사이즈 1마리를 62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맘때 갈치 1마리가 1만8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2% 정도 가격이 내려갔다. 롯데마트는 중(中) 사이즈 3마리를 묶어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에서 판매되는 갈치가격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0% 가량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같은 난류성 어종으로 지구온난화의 수혜를 입고 있는 오징어는 역으로 흉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격 또한 고공행진하면서 '금(金)징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오징어 어획량은 평년의 70% 수준에 그치고, 가격은 8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오징어의 주요 어장인 동해안 일대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오징어 어장이 북한지역까지 북상했고 이 북상한 어장에 중국 어선들이 대규모로 유입돼 조업을 시작하면서 씨가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어업인총연합회에 따르면 올 들어 북한수역에서 조업하고자 북한으로 들어간 중국어선은 850여척이 넘으며 이들의 남획에 따라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오징어 소비자가격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지난달 생필품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은 오징어로 무려 49%나 올랐다. 소비자원이 대형마트와 전통 시장 등 전국 373개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가격 평균을 내보니 지난해 6월에는 25㎝ 내외의 오징어 두 마리를 4507원에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6698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이는 조류독감(AI)으로 인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란(36%)보다도 높은 상승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