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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선시대 양반들은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 등이 그린 춘화(春畵)를 몰래 보면서 희희덕거렸다. 투박하고 해학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녀의 은밀한 부분과 체모까지 묘사한 그림도 있다. 주인 양반의 성행위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여자 몸종을 그린 것도 있다. 온갖 체위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성풍속의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음란서생’이나 ‘스캔들’에도 춘화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미인도’는 춘화첩에 묘사된 기녀(妓女)들의 다양한 체위를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조선시대의 한국화는 오늘날까지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인터넷에는 온갖 성인물이 범람하고 있지만 춘화가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기엔 아직 사회적 분위기가 덜 성숙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에로티시즘 미술작품 공모전’을 해오고 있는 제주 ‘건강과 성 박물관’(www.sexmuseum.or.kr)이 20일부터 두 달간 올해 공모전 우수상 수상 작가인 최기만 화백의 ‘춘화전(春畵展)’을 연다.
최기만의 춘화는 신윤복, 김홍도와 마찬가지로 18세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표정과 세부 묘사에서 훨씬 디테일에 충실하다. 양반집 대청 마루에서 한 남자가 두 여인과 은밀한 쾌락을 즐기는 모습은 조선시대 춘화에서는 볼 수 없는 과감한 구도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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