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그래도 실력이 조금 늘었는가, 희안한 대회에 다니기 시작합니다.  제법 규모가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그런 대회.  여기에서 입상을 몇 번 하니까 그래도 실력있는 아동으로 이름이 좀 나더군요.  여기저기 녹음도 하러 다니고 뭐, 돈좀 들어갔겠지요.  물론 집사람은 가증스럽게도 펄쩍 뜁니다.  절대 돈 같은거 안들어 갔다고... 아마 제가 바본줄 아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예능으로 성공하려면 타고난 소질과 부단한 노력외에 엄청난 돈이 투자되어야 된다는건 국민교육헌장에도 나와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집사람이 돈좀 들어가더라고 실토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같은 돈 쓰고 이정도 성적 냈으면 되었다"고.. 만족한다고 말해줬죠.  물론, 그날이후 음악학원 딱 끊고 공부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진로를 돌렸습니다.

성악이나 피아노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소질을 묻어 버리는것은 부모된 도리로 어쩌면 직무유기에 해당할지도 모르죠.  근데, 그놈의 돈 이 웬수 아니던가요?   학원비 외에 들어가는 대회 참가비 의상비, 출전경비 정말 힘듭니다.  입시학원 다닌 덕분으로 중위권에서 머물던 아이 성적은 상위권으로 재 도약했고, 나름 학교 생활도 모범적인 학생이 되었습니다.  부반장이 되었으니 제가 가장 바라는 그런 생활이죠.  공부해서 남 줍니까?  학원도 한군데만 다니니 돈도 덜 들고, 아이의 시간도 많이 남고, 너무 좋았습니다.  아아.. 그러나...  이젠 딸내미가 심심해서 죽겠답니다.   집에오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촌구석이라 마땅히 어디 갈데도 없고 방에서 뒹굴뒹굴, 늘 입에 붙은말이 "아~심심해"  

저는 복싱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아버지입니다.  젊은시절 몇 년간 참피온의 꿈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소질이 많이 부족하여 끝을보지 못한 아쉬움에 보상 심리로, 큰아들과 작은아들에게 권투를 가르쳐 보려 했었습니다.  웬걸요.. 그쪽 방면으로는 영 관심이 없는 녀석들이라서 헛물만 켜고, 와중에 한녀석이 의리없이 하늘나라로 먼저 가 버리는 바람에 그 희망은 물건너 간지 옛날이라 여겼습니다.   근데 말이죠.  심심하다는 딸아이에게 시큰둥 제안을 해봤더니 녀석이 덥석 미끼를 무는겁니다.  자기도 권투가 좋다는거죠.  힘들고 어려워도 한번 해보겠답니다.  친한 친구랑 코피 터지는 경기를 하는 한이 있어도 결코 슬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권투도장에 등록을 시켰습니다.  공주가 아니라 이제부턴 복서 짱순이 입니다.

권투도장에는 짱순이 외에 고만고만한 또래의 여자아이도 몇 명 있습니다.  이젠 복싱이 치열한 격투기의 차원에서 벗어나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다듬어내는 생활 스포츠로 탈바꿈 하고 있었습니다.

줄넘기 만한 운동도 없어요.  순발력과 스피드, 중심운동과 지구력 강화엔 필수 코스랍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강력한 스트레칭은 관절을 이완시켜 아이들의 키를 크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

스트레칭은  몸의 유연성을 키우는 동시에 근력이 강화를 위한거죠.  여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살 빼는거요?  그건 자동으로 되는겁니다.

어린아이에게 웬 타격훈련이냐구요?  이거야 말로 집중력을 높이고 또 호쾌한 타격 스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복싱의 백미라니까요.

짱순이란 별명의 내력을 모르시는 분들은 게시물 검색창에서 "짱순이" 를 쳐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