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계속되는 수온상승… 해양 생태계 ‘이상신호’
7m 오징어·3.8m 산갈치 등 심해성 어종 출현 빈발
최근 경북 동해안에서 대형 산갈치와 대왕오징어, 왕게 등 심해성 어종이 잇달아 출현해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한 정밀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경북 동해안 시·군과 포항해경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2시30분쯤 울진군 평해읍 직산1리 마을회관 앞 해안가에서 심해성 어종인 산갈치를 이 마을에 사는 초등학생이 발견, 해경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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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7.7m나 되는 초대형 대왕오징어. |
이번에 발견된 산갈치는 파도에 밀려 해안가로 떠밀려온 것으로 길이가 3.8m에 이르고 있다. 산갈치는 심해성 어종으로 몸은 갈치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수십배에 달하고, 한국과 일본 바다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게도 그동안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왕돌초 해역에서 잡혔다.
지난 18일 울진군 평해읍 직산리 동쪽 7㎞ 해상에서 대게잡이를 하던 5.5t급 대게 유자망 경진호(선장 최찬수)가 다른 대게와 함께 왕게 1마리를 잡았다.
왕게는 십각목(十脚目) 왕게과의 갑각류로,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 북극해, 베링해, 오호츠크해 등에서 서식했으나 1960년대 초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에 잡힌 왕게는 갑장(등폭)이 약 17㎝로, 수입산 러시아 킹크랩과 비슷하나 일반 왕게와는 다르게 몸 빛깔은 파란색을 띤 보라색이고, 다리 윗부분의 긴 축을 따라 짙은 청색 띠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신창 앞바다에서 몸통 길이가 1.8m, 팔길이를 포함한 전체 길이가 7.7m나 되는 초대형 오징어가 발견됐다.
무척추동물 중 최대 크기인 대왕오징어는 온대 해역의 중층역에 서식하는 종으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깊은 바다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향유고래가 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왕오징어는 몸에 부력을 갖기 위해 염화암모늄이 다량 포함돼 있어 먹을 때 암모니아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으로 전해져 있으며, 동해안에서는 2006년 가끔 나타났다.
수산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 심해성 어종 출현에 대해 동해안의 수온상승으로 명태나 대구 등의 한류성 어종이 자취를 감추면서 먹이가 부족해진 심해 어종들이 먹이를 찾아 연안으로 이동해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 전부터 매년 겨울철에 심해성 대형 어종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심해성 어종들이 먹이 고갈이나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나왔을 가능성 등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