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대기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공기의 움직임을 말하며,  그 밀도 차가 클수록 바람의 세기도 강해진다.  기온과 기압의 차이가 생기는 곳이면 바람은 어디에서나 불고 바람의 속도는 공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빠르고 강하게 된다.  바람은 대기 중의 따뜻한 공기나 수증기를 섞어 주어 에너지의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낚시에 도움을 주는 바람이 있는가 하면 거의 하루를 망치게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것은 낚시 전 후의 상황에 맞을뿐, 낚시 도중에 부는 바람은 어떤 방향이라도 강하게 불어 닥치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내일의 출조를 결정하는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바람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남해안 어부들이 즐겨 쓰는 말 중에서 낚시에 관련된 것으로 "겨울 샛바람(동풍)은 수온을 높이고 여름 샛바람은 물을 차갑게 하여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는 것과 "한 여름과 한 겨울은 샛바람 뒤 끝을 노려라" 는 것 이 있다.   과학적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말인데,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바닷가 갯바위들이 거의 얼어붙는 지경이 된다.  여기에 파도가 갯바위를 쓸고 내려가면서 연안 수온은 겨울 바닷물의 평균 수온(13~15도)보다 훨씬 떨어지게 되는데 여기에다 영하에 육박하는 차가운 육지의 민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연안 수온은 물고기가 활동하기 어려울 정도인 5~8도 수준까지 내려가게 된다.  

이 때 샛바람(동풍)이 불어 파도가 심하게 치고나면 따뜻한 바닷물과 섞이게 되어 연안 수온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조황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 25~27도를 유지하는 여름철의 연안 수온은 샛바람이 불면서 차가운 심층수(15도 내외)의 분출로 인해 급격히 떨어지게 되고, 같은 샛바람이라도 수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은 수온의 높낮이가 정점에 있는 시기라서 바닷물의 대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시기다.  이때 샛바람이 불어주면 물의 대류가 강하게 일어나고 맑은 물빛이 흐려지면서 물고기들의 활동이 살아나기 때문에 조황이 좋아지기 때문에 "샛바람 뒤 끝을 노려라" 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2. 세기에 따라

바람은 관련된 속담도 많다. 바람이 부는 가을에 속담 몇 가지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바람도 올 바람이 낫다.”

“바람따라 돛을 단다.” 형세를 보아 그에 추종한다는 말.“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가지” 경우가 잘 맞아 나가야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

“봄바람은 품으로 기어든다.”

비록 봄이라지만 바람 부는 날은 쌀쌀하므로 하는 말.

“하늬바람에 곡식이 모질어진다.”

서풍이 불면 곡식이 여물어 간다는 뜻.

바람의 정의부터 다양한 바람이름까지 모두 다 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음식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듯 앞으로는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 더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실체는 없지만 비로소 바람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바람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닐까?    특히 낚시처럼 바람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레저스포츠를 취미로 하는 낚시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 “기후와 문화”, 김연옥 저, '한국의 기후와 문화-이화여대 출판부(1989)'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