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잡어꾼의 초파일 출조
기어이 부처님 오신날까지 출조냐며 타박하는 마눌을 뒤로하고 평안함을 유지한채 자리를 찾아갑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꿋꿋히 벵에 포인트를 치키고 있는 옥포동 수변 공원이 고맙기까지 합니다. 갈때마다 만나게 되는 같은 얼굴들, 대여섯명의 동네꾼들 입니다. 무슨 단골손님도 아닌데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이젠 가족 같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약간의 자리다툼도 있어 가~족 같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나면 정겨움이 살포시 솟아 오르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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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질에 잔뜩 성이 난 복어가 몸을 부풀리며 올라옵니다. 잡어중 최고 악당의 출현에 보소소 스미우는 한기 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바램으로 채비를 던져봅니다. 던져넣기 무섭게 미끼가 없어지거나 심지어 바늘이 사라집니다. 아마도 바닥층에는 수백 수천의 복어떼가 미끼를 훔쳐갈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대 놓고 훔쳐갈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숫자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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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초파일 낚시에 부처님이 노하신게 아니냐고 재를 뿌립니다. 쉴새없이 달려드는 복어떼를 보면 그도 영 틀린말이 아닌 것 같은 것 같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군요. 역시,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성스러운날에 부정한 "꾼의 모습이 석가모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꼬라지가 날 만도 하다 싶습니다.
잠시후 조류가 빠르게 흐르면서 복어의 입질이 뜸해지고 그제서야 벵에돔의 묵직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하늘이 도왔나 봅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 하신 인격을 의심한 제가 부끄럽구요. 벵에의 코발트빛 눈망울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쌍바늘 채비를 쓰는 꾼은 두 마리를 한꺼번에 올리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마음먹으면 두자릿수는 쉽게 잡을 듯 하나, 두시간 남짓 낚시하다 씨알급 위주로 네 마리를 챙기고 바삐 철수 했습니다. 절에 다니는 마눌과 초파일을 의식한 압박감 때문 이거나, 시건방이 들어 괜한 여유 부리는 것이 아니라 '딱 먹을만큼만 잡는다' 는 평소 원칙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불교 "일체유심조" 의 가르침은 부처님 오신날에도 낚시하는 꾼의 마음을 평안하게 합니다.
부디 행복하고 자비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태조FC 왕초보 원창희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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