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덕포 넘어가는길 안개가 자욱하니 위험해 보였어요

앞이 안보이는건 둘째치고 물방울이 맺히는 정면유리나 사이드 밀러의 깜깜함은 저를 충분하게 겁먹게 했고 당황 시켰답니다.

원래 겁이 많은것은 아니어요.  저도 한때는 밤길 운전을 밥먹듯이 하고 다녔거든요.   택시운전을 했으니 거짓부렁이 아니예요.

그런데 희안하게요

덕포에 딱 도착하자 안개가 걷힌것이어요.  무슨 도깨비 장난만 같았지요.

거기에다 막 먼동이 크고 일출이 시작되려는 것이 천지개벽 같았어요.  어둠에서 빛을찾은 현자 의 각성이 이럴 것이예요.

바다낚시는 미끼보다 먼저 밑밥을 뿌려야 해요.

그래서 드넓은 바다에서 내가 감당해야할 범위를 좁히는 것이지요.   아님. 하루종일 여기저기 찌를 던져보며 헤메느라 기운만 빠질거예요.

물속에 잡어들이 가득 모여들었어요.   한뼘 조차 안되는 잔챙이 들이여요.    인상어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독가시치  새끼 들입니다. 

무서븐 무리들이지요.  채비를 아무리 내리려 해도 틈을 내어주지 않을 작정으로 느껴졌는데 슬픈 예감은 언제나 빗나가는 법이 없어요.

될대로 되라 봉돌을 밀어넣어도 잡히는 것은 조금 큰 독가시치와, 아기 벵에돔 한마리 뿐이었어요.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았죠.

분명 무리들이 우글거리는 이 밑에는 크고 단단한 무언가가 있을것으로 믿기 때문이예요.  다만 아쉬운것은,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독가시치 들이 무리지어 사라졌으나 이번에는 손가락 만 한 고등어떼가 달려들었죠.

용기내어 버티었어도 저는 그들을 이길수가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다음에 기회는 또 있을것이라 믿고싶어요. 

예전에, 기대도 없던 그 날들에 단단한 덕포 감성돔과 조우한 기쁨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다만 두렵고 걱정인 것은, 나홀로 새끼 잡어들과 알콩달콩 장난을 치는사이, 황금같은 바다낚시 가을 시즌이 후루룩 다 지나가 버리고

이번에도 감성돔은 커녕 아무것 조차 낚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예요.     -방파제낚시꾼 chodo -

뜰채로 떠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래봤자 뭐 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