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입질을 받고 걸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좀 나질 않았습니다. 잠시 후 낚싯대가 바로 서 버렸습니다.   뜰채를 내려놓고 오신 선장님이 화가 좀 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고기 다 도망갔을 거라고 역정을 내셨습니다.  채비를 몇 번 흘리다 보니 영 뭔가가 맞지를 않았습니다.   430 대를 사용하였는데 낚싯줄도 바람 따라 물 따라 많이 휘어지고 챔질이 잘 안되어서 530대로 바꾸었습니다. 햇빛도 정면이 되어 찌가 보이지 않아 낚시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그분이 또 한 마리 걸었습니다. 역시 선장님이 출동했으나 이번에도 낚싯대는 서버렸습니다. 선장님이 고기도 당기고 사람도 당기니 그리된다고 역정을 내셨습니다. 드랙이 나가게 해나야 그런 불상사가 안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동행한 지인도 한 마리 걸었는데 중간쯤 오다가 역시 가버렸습니다. 오늘 망했다고 선장님이 중얼거렸습니다.   잡어만 간간이 올라오는 상황이 계속 되다가 물의 흐름이 바뀌어서 모든 꾼이 반대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아직 물이 세게 가지를 않아서 그냥 그 자리에서 몇 번 더 던졌습니다. 캐스팅 후 찌가 보이가 않아 고생하다가 옆에 사람이 없어 배 선미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보니 찌가 잘 보였습니다. 물이 이상하게도 배와 평행선을 그으며 옆으로 먼 바다가 아닌 갯바위 쪽으로 잠깐 빠르게 흘렀습니다.

한 5미터 정도 흘렀을 때 찌가 쑥 들어갔습니다. 챔질하니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왔다" 하고 소리쳤습니다. 역시 선장님이 뜰채를 들고 오면서 당기지 말고 버티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느끼기엔 그리 큰 힘은 아니었습니다. 드랙을 안 주었냐고 물었습니다.

"아, 네 브레이크 릴입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어체를 드러낸 감성돔은 시커먼 것이 제법 커 보였습니다.   뒤편으로 갔던 사람들이 다시 다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바늘 묶는 순간에 두 번이나 보냈던 분이 또 히트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올렸습니다. 잠시 후 그분이 또 히트를 했습니다. 다 띄워서 뱃전에 가까이 왔는데 빠져버렸습니다.   들채로 뜨기엔 거리가 좀 있었는데 낚싯대로 끌어 당기려고 하니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후에도 그분은 세 번을 더 걸었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그분 옆에 있는 분은 못 걸었습니다.  연속 몇 번의 히트 뒤에 물이 좀 빠르게 흘러 모두 뒷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뒤쪽에서 잡힌 감성돔은 비교적 크기가 작았습니다. 30 중반이었습니다. 저도 한 마리 했습니다.   한 40M 정도 흘렸는데 순간 찌가 쑥 들어가서 챔질하니 느낌이 왔습니다. 35정도 정도였습니다.

< 에피소드 >

옆에 옆에 자리 잡은 어르신이 계셨는데 다른 분들만 입질받고 입질을 못 받으니,  화가 나서 용왕님 어저고저쩌고 욕을 했습니다. 그래도 잡어만 물고 감성돔 입질이 없으니 용왕님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근데 그 뒤에 한  마리 했습니다.  그리고 차 타고 돌아올 때 지인이 말했습니다. 아까 큰 놈을 걸어서 목줄이 터졌는데 선장님이 화낼까 봐 말을 안 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지인은 감성돔을 두 번이나 걸었는데  못 잡아서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의 조과는 감성돔 두 마리와 전갱이 세 마리, 쏨뱅이 한 마리였습니다.

◀◀◀   <자작 낚싯대 꽂이>

집에 택배 온 스티로폼 박스가 있어서 버리려다가 심심해서 낚싯대 꽂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의외로 만족감이 컸습니다.